실타래(thread), 인연이라는 운명 우리나라 전통 혼례에서는 청실과 홍실을 엮어 남녀의 화합과 백년해로를 기원한다. 동서양을 막론하고 실은 양극을 연결하기 때문에 서로의 인연을 의미하며, 그 길이처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내포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제작된 ‘실타래 감기’라는 그림을 보자. 어느 건물의 테라스에서 두 여자가 조용히 실을 감고 있다. 왼쪽에 앉아 있는 여인은 양손에 실타래를 끼고 부드럽게 손을 놀려 실이 잘 풀리도록 하고 있다. 오른쪽에 서서 실을 감고 있는 여자는 어린 소녀다. 실로 연결된, 서로 닮은 이 두 여인은 모녀일까, 자매일까? 전통적으로 실을 잣고 직물을 짜는 일은 가정에서 여성이 익혀야 할 의무로 당연시되는 일상의 노동이었다. 이 그림에서 실을 감고 있..